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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국TH] 걸어서 방콕 속으로 (feat. 3만보)
    물과 바람 (해외생활) 2024. 2. 7.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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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통 인프라를 잘 갖춘 방콕에서 제일 뜨거운 낮부터 야시장이 열리는 늦은시간까지 계속 걷는게 가능할까? 가능하다. 아니, 그땐 가능했는데..지금은 불가능할 것 같다. 방콕에서는 굳이 그렇게 걸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

     

    배낭여행을 꿈꿨고 시간도 경제적으로 여유도 있는데 여행하는 마음 만큼은 아직 가난한가 보다. 이상하게 먹고 자는거엔 안아끼면서 교통비는 왜 이렇게 아까운지.. 방콕에서 MRT와 BTS를 이용해보기 전까지는 왠만해선 다 걸을 수 있을 줄 알았고 그게 여행의 낭만인 줄 알았지. 하지만 오늘날의 체력만은 낭만이 아니였다.

     

    방콕 여행 둘째날, 

    첫 날은 밤 비행기로 방콕에 도착했기 때문에 일정이라곤 밤 11시 30분에 숙소 체크인하고 편의점에서 야식을 사먹을 게 전부였다. 또 한국에서 여행전날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잠을 제대로 못 잔 탓에 낯선 환경에 적응할 새도 없이 기절해서 눈 떠보니 태국에서 맞이하는 첫 아침이였다. 이 때까진 빨리 나가서 걷고싶은 생각에 의욕이 앞섰더랬지.

    태국 여행의 첫 아침. 추운 겨울에서 하루아침에 나시차림에 뜨거운 햇살이 따뜻하게 느껴진 날.

     

    의욕가득히 아침부터 동반자와 함께 '오늘 뭐하지?' 를 주제로 대화를 시작했다. 사실 우리는 태국 3주살기 여행이 말이 계획이지 비행기표와 숙소만 잡아두고 일정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없이 몸만 왔기때문에 매일매일 숙제처럼 일정에 대해서 고민해야 했다. 둘다 성향이 파워J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여행은 현실 도피에 가까웠기 때문에 해외에서 살아보기만 목적으로 두고 상세한 일정은 즉흥적으로 다니자하고 합의가 된 상태였다. 

     

    우선 본능적으로 배가 고프다. 너무 당연하게도 밥집부터 찾아보았다.

    방콕하면 미식의 도시 아니던가? 참고로 필자는 태국은 처음이지만 '똠얌꿍'을 사랑한다.

     

    미슐랭 맛집을 중심으로 찾아보다가 6년 연속 미슐랭 인증을 받은 맛집의 대표 메뉴가 '똠얌 국수'라고 해서 군침을 확 돌게 만들었다. 방콕에서의 첫 식사는 여기다! 하고 구글맵을 키고 '림 라오  릉우엉 (Lim lao Ngow)' 를 검색해 보았다. 태국에서도 워낙 유명해서 치앙마이에도 있고 방콕에도 여러 지점이 있는 프랜차이즈 식당인 듯 했다. 그 중에서 우리는 평점이 높은 신돈 벨라몰 (Velaa Sindhorn Village)에 위치한 곳으로 가기로 하고, 거리를 보니 숙소에서 거리가 7.3km 걸어서 1시간 40분으로 나온다. 이 때 그랩을 불렀어야...(하지만 다시 걷더라도 그 때로 돌아가고 싶은 건 안비밀)

     

    "걸어가 볼까?" 

     

    태국 3주 여행이면 이 정도 각오는 했어야지.. 무언가에 홀린 듯 우리는 패기넘치게 걸어가기로 하고,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었다. 

     

    와 뜨겁다.. 태국의 태양은 한국보다 더 뜨겁다 못해 따가움을 걸은지 10분만에 체감했지만.. 이 때까진 체력이 100%였기 때문에 이겨낼 수 있을 것 만 같았다. 

     

    한국 도시의 모습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풍경과 냄새 그리고 태국 사람들의 모습을 구경하면서 신나게 걸으며 갈증나는 순간에 길거리에서 아아도 한잔 때리고 또 걷는다.

    (좌) 전승기념탑 / (우) Ratchaprarop 기차역 부근 기찻길

     

    절반 정도 왔을까? 실제론 1/3 정도밖에 오지 못했던 방콕의 여유로운듯 하면서도 바쁘게 돌아가는 모습을 동시에 느끼게 해준 '전승기념탑' 로터리를 지나고, 걸을 땐 몰랐지만 위로 공항철도가 지나갔던 이름 모를 기찻길 (주변으로 상가가 형성되어 있었다) 통과한다. Ratchaprarop 기차역이였다.

     

    림 라오 릉우엉 (Lim lao Ngow)

     

    천천히 구경하면서 쉬어가면서 걷다보니 예상보다 1시간 더 걸려서 식당에 도착했다. 우선 대표 메뉴라고 하는 것들은 다시켰다 (Feat. 오렌지 쥬스). 

     

    림 라오  릉우엉 (Lim lao Ngow) 맛 평가는 ★★★☆☆

    개인적으로는 화려한 이력 대비 가격과 맛은 만족스럽지는 않은 식사였다. 다만, 핑크 국수로 불리는 "옌타포'를 경험해본 것으로 만족한다. 솔직히 태국 여행에서 가장 기대한 것이 1만원으로 둘이서 한끼 해결하기 였는데 위 사진처럼 주문했을 때 총 561 바트를 결제했다. 한화로 약 22,440원. 가격대는 알고 갔지만 미슐랭이고, 쾌적한 실내에 있으니 비싼감이 있어도 걸음에 대한 보상으로 기대했었으나 그정돈 아니였기 때문에 아쉬웠다.

     

    https://maps.app.goo.gl/7z5CcYaseQFmhf7g9 

     

    Lim lao Ngow x Cloud Dragon · เลขที่ 87 โครงการเวลา แอทสินธรวิลเล

    ★★★★☆ · 국수 전문점

    www.google.co.kr

     

    그래도 배부르게 밥을 먹었으니 근처 '룸피니 공원' 산책을 위해 걷는다. 다행히 한참 뜨거운 시간은 지나서 공원 산책하기에 딱이였다.

    방콕 룸피니 공원의 명물 물왕도마뱀

     

    방콕 시내를 걸으면서 사실 매연과 소음이 심하고, 걷기엔 도보형성이 잘 안되어 있어서 많이 지쳐있었는데 도심 속 한가운데 이런 자연친화적인 공원이라니! 평소 푸릇푸릇한 장소를 좋아해서 룸피니 공원은 정말 새로웠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까마귀와 고양이 그리고 물왕도마뱀이라니. 너무 흥미로운 모습이였다. 나중에 리뷰를 찾아보니 왕거북이도 있다는데 못보고온게 아쉬었다. 방콕에 또 가야할 이유 하나 추가 :)

     

    https://maps.app.goo.gl/UQSGTXcVsbLrsQkb9

     

    룸피니 공원 · Lumphini, Pathum Wan, Bangkok 10330 태국

    ★★★★★ · 시티 공원

    www.google.co.kr

     

    공원에서 얼마나 있었을까? 멍때리다보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선선한 바람이 느껴진다 (이 때라도 택시를 타자고 설득을 했어야 하는데..). 우리는 유명한 '카오산 로드 야시장'을 목적지로 설정하고 또다시 걸을음 재촉했다. 

     

    번화가를 벗어나기 전 화려한 방콕의 센트럴월드와 빅씨마트 일대를 지나 어두운 낯선 동네를 지나고 걷고 또 걸었다.

     

    밤이 되고 더 화려해지는 방콕이지만 최종 목적지인 카오산 로드까지 가는 길은 중간중간 어두운 동네가 많았기 때문에 이 경로부터는 추천할 수가 없다. 사실 이 때부터 많이 지치고 설마 진짜로 이렇게 걷는다고? 할 정도로 정말로 중간에 택시를 탈 줄 알았고, 택시가 너무 간절했다.

    (좌)  Royal Pavilion Mahajetsadabadin 사원 / (우) 민주기념탑

     

    심란했던 어두운 거리를 지나 사원의 나라답게 중간중간 화려한 조명으로 감싸주는 이름모를 사원이 이렇게 감사할 수가 있을까? 어느덧 힘들어도 감사하며 경건하게 걷다보니 드디어 카오산 로드에 가까이 왔음을 알려주는 '민주기념탑'이 시선을 확 사로잡았다. 방콕 번화가를 지나고 낯선 동네를 지나면서 한동안 외국인은 커녕 사람이 안보여서 힘들었던 구간을 지나니 주변에 한둘씩 외국인들이 보인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그 순간 머문지 만 하루도 채 되지않아서 방콕을 다 알아버린 듯한 느낌이였다.. 무모한 여정은 딱 오늘 하루만이라고 다짐하면서 남은 힘을 쥐어짜서 코앞의 '카오산 로드'로 걸어갔다.

    카오산 로드

     

    응? 이게 아닌데.. 하필 금요일 밤이였고, 이게 대마인가 싶은 처음맡아보는 불쾌한 냄새와 흥에 취한 외국인들과 호객하는 태국사람들이 가득 채운 거리.. 중간중간 클럽에서 나오는 K-POP 노래들..아직도 생생하다. 젊음이 가능한 거리인줄은 알았는데 이렇게 향락에 취한 모습은 실제로 마주하니 개인적인 취향이 아니였기 때문에 아픈 다리를 질질끌고 동반자의 가방끈을 꼭 붙잡고 정신없이 거리를 헤쳐 빠져나오기 바빴다.

     

    그렇게 피신한 곳은 맥도날드.. 카오산로드 맥도날드 아저씨는 못참지..하하하. 이 때부터 빨리 숙소에 가고싶었다. 맥도날드로 에너지를 채우고, 다양한 먹거리가 있었으나 환경 때문인지 땡기는게 없었다. 그래도 아무것도 안먹으면 아쉬울 것 같아서 포장이라도 해가자 싶어서 망고와 파인애플 그리고 소세지와 꼬치 종류를 포장해서 언제 6시간을 걸었나 싶을 만큼 25분만에 택시타고 눈 깜짝할사이에 복귀해버렸다. 

     

    숙소에서 먹은 카오산에서 사온 망고와 까이양 까이삥 무삥이라고 불리는 꼬치와 소세지 종류별로 그리고 곁들임 양배추! 꼬치 사는데 양배추를 주는게 신기했고 그냥 안먹고 버릴 줄 알았는데, 세상에 양배추가 오늘 하루종일 먹은 것 중에 제일 반전으로 맛있었다. 힘든일정 버프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후로 이보다 더 맛있었던 꼬치는 없었던 것 같다.

     

    하루 6시간동안 17km 3만보 넘게 걷고서 영광의 발바닥 물집과 뻐근한 근육통을 얻었지만 앞으로 3주라는 시간이 있으니 관대해진다. 괜찮다. 오늘이 가장 힘든 하루였음을..서로 위로하며 다음날부터 미안한 몸뚱아리를 위해 시원하게 마사지도 받고 숙소 가까운 주변을 탐색하며 힘들땐 택시도 타는 사치를 부렸다.

     

    방콕은 넓고, 태양은 뜨겁고, 밤은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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